“쇠사슬과 전세기” — 조지아주 ICE 구금 한국 노동자들의 귀환 기록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서부의 한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 및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투자한 배터리 공장(EV 배터리 합작 프로젝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 및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FBI) 등 복수의 연방 기관이 대규모 단속을 벌인 것이다. 조사 결과 약 475명이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이들 중 한국인이 약 316명에 달했다.
단속의 전개
단속 당일, ICE 요원들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비자 위반 혐의, 불법 취업 혐의 등을 이유로 현장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손발 또는 허리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구금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구금 장소는 조지아주 남부의 포크스턴(Folkston)에 있는 ICE 구금시설. 구금된 이들은 며칠간 시설 안에 있었다. 한국 정부 및 외교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고, 비자 문제, 법적 절차, 구금 조건 등에 대해 미국 측과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귀환까지의 협상과 절차
한국 정부는 이 사안이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미 관계, 투자, 비자 시스템의 신뢰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대통령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긴급히 움직였다.
미국 측과의 협상 결과,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자발적 귀국(voluntary departure)의 형태로 귀환할 수 있게 되었고, 수일간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뒤, 9월 11일~12일에 걸쳐 전세기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귀환자는 한국인 316명, 기타 국적 노동자 14명(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을 합쳐 총 330명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쪽에서는 일부 노동자들이 일단 미국에 남아 미국인들을 교육하거나 현장 근무자를 양성하는 조건으로 남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귀국을 선택했다.
귀환과 현장 모습, 여파
전세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귀환 노동자들은 가족들이 마중 나와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귀환 현장을 주목했고, 일부는 구호를 외치며 이번 사건을 “동맹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또 귀국 직후,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가 우려되었다. 구금 시설에서의 스트레스, 열악한 환경, 잠재적 질병 또는 기존 질환의 악화 등이 보고되었다. 한국 정부 및 기업들은 귀환 즉시 건강검진과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했다. 항공편 내에서도 의료용 좌석을 마련하거나, 응급 처치가 필요한 이들을 우선 배치하는 등의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은 한·미 간의 비자 정책 문제, 더 나아가 미국 내 외국인 노동자 특히 투자 및 기술 관련 인력 파견과 관련된 규제 및 법률 적용의 불투명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많은 기업들이 미국 내 프로젝트를 검토하거나 실행할 때 고려해야 할 위험으로 ‘비자 문제’를 꼽기 시작했다.
공항에서는 가족과의 재회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적 공감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자 개개인은 구금 경험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억울하다”는 목소리부터 “가족 곁으로 돌아와 다행”이라는 안도까지 엇갈렸지만, 공통적으로는 비자와 고용 절차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남은 과제 및 앞으로의 방향
귀환이 이루어졌지만, 사건이 남긴 여파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비자 제도의 개선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향후 한국인 기술자 등이 비자 문제로 번번이 곤혹을 겪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어떤 종류의 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허용되는가, 계약 조건은 어떻게 돼야 하는가 등의 규정이 더 투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적 책임 및 재발 방지
이번 단속 방식(예: 사슬 체인 착용, 대중에 공개된 영상 등)이 한국 국민들에게 준 충격은 크다.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적 사전 통보나 협의, 구금 조건 개선 등이 요구되고 있다.
노동자 권리 및 복지 관리
구금 중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보고됨에 따라, 귀환 후 일상으로 복귀할 때 필요한 지원(의료, 심리, 경제적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또한, 기업과 정부 모두 노동자 파견 시 계약 조건, 숙소 및 안전·복지 여건 등에 대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및 기업의 대응 전략
미국 내 대규모 공장 건설, 기술 이전, 인력 파견 사업 등이 한·미 양국의 관계 및 투자 환경에 중요한 축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들에게 리스크로 인식되었고, 투자 계획이나 인력 운영 방식에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쪽에서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마무리 생각
ICE 단속으로 인한 구금, 해외에서의 체포와 구금 체험은 개인의 인권, 국가의 외교, 기업의 책임, 국제 투자 등 여러 층위의 문제들을 드러낸다. 한국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과 충격은 단지 ‘현장의 한 건’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글로벌 노동‧비자‧인권 체계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귀환은 일차적인 해결이지만, 사건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근본적인 체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슷한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또 양국 기업 및 노동자 모두에게 이번 사건은 앞으로의 관계 및 정책을 새롭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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